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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더니 생긴 일

by ultraup 2025. 6. 27.

 어떤 대단한 각오나 계획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단지 하루에 하나씩,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무엇이든 창작물을 남기겠다고 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습관을 들여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작심삼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도중에 멈춰도 괜찮다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그러니 첫날은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하루의 일상을 정리한 글 한 편, 그것으로 첫 번째 기록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둘째 날, 셋째 날을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 기록이 하나씩 쌓인다는 사실이 묘한 책임감을 불러왔다. 이전에는 오늘 안 해도 되겠지라는 핑계가 익숙했는데, 지금은 어제까지 해왔는데 오늘은 안 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평소 흘려보냈던 일상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창작의 눈이 생긴 것처럼. 30일 챌린지는 이렇게, 작은 약속 하나로 점화되었다.

30일간 창작을 멈추지 않았더니 생긴 일

꾸준히 만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


 30일 동안 매일 창작을 한다는 건 단순히 결과물을 남기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매일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그림을 그리든, 그 모든 과정에는 나의 시선과 감정, 생각이 개입된다. 어떤 날은 일이 밀려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고, 또 어떤 날은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나는 만들자라는 기준이 나를 붙잡았다.

 창작은 감정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 바쁜 날엔 짧은 글 한 줄, 힘든 날엔 흐릿한 사진 한 장이라도 그 날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걸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을 만큼 부끄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기록조차도 나라는 사람을 가장 솔직하게 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결과물의 퀄리티보다 ‘오늘 나는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했다.

 매일 꾸준히 만든다는 건 결국, 자기 인식의 반복 훈련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하루를, ‘무엇을 만들까’라는 질문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오늘은 어떤 걸 쓰고 싶은지, 무슨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지, 어떤 색을 쓰고 싶은지 그런 질문들이 쌓이면서 내 감각이 살아났다. 꾸준함은 나를 몰아세우는 힘이 아니라, 매일 나를 바라보는 연습이 되었다. 그것이 창작의 본질이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창작의 기준이 바뀌면서 생긴 마음의 여유


 처음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글이라면 논리적이고 완성도 있어야 할 것 같았고, 사진이라면 구도와 조명이 예뻐야 할 것 같았다.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결과물이 ‘괜찮아 보일’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만들기는 어렵다.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컨디션도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잘 만든 것’보다 ‘내가 오늘 마음을 담은 것’으로. 그러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족해 보여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하루를 어떻게 바라봤고, 어떤 형태로든 나의 시선을 남겼는가였다. 어느 날은 구겨진 종이에 낙서처럼 끄적인 글이었고, 또 어떤 날은 창밖 풍경을 그냥 담은 사진 한 장이었다. 그런 기록이 쌓이자 오히려 창작의 본질로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자 창작이 즐거워졌다. 과정보다 결과에만 집중하던 태도도 사라졌다. 창작은 잘 만들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걸 조금씩 이해해나갔다. 그렇게 기준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는 나를 채찍질하는 대신 따뜻하게 격려하는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매일의 부담은 사라지고, 매일의 기쁨이 남았다.

 

30일이 지나고 나서야 보인 것들


 30일이 지나고 나니 책상 위에 하나의 흔적들이 쌓여 있었다. 수십 개의 파일, 노트 한 권, 휴대폰 앨범 속 폴더 하나. 처음에는 그저 한 조각 한 조각이었는데, 막상 한 달이 지나서 돌아보니 그것들은 하나의 나였다. 하루하루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모이면 꽤나 든든한 무언가가 된다. 내가 매일 꾸준히 만든 흔적들이 눈앞에 펼쳐지자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더 놀라운 건, 창작물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같다는 점이었다. 글 속엔 그날의 고민과 감정이 담겨 있었고, 사진 속에는 나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그림 속엔 말로 표현 못 한 감정이 숨어 있었다. 이렇게 내면을 꺼내놓고 축적해보니, 그동안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는지,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하나 더, 창작의 힘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하루에 단 하나의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이 삶에 작은 리듬을 만들어줬다. 그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고,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게 되었다. 30일 챌린지는 끝났지만, 이 기록의 힘을 알고 난 뒤로 나는 멈추지 않기로 했다. 하루 하나, 적더라도 진짜 나의 마음을 담은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 내 삶의 중요한 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