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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일상에 녹이는 루틴 만들기

by ultraup 2025. 6. 28.

 창작을 하려면 조용한 공간, 긴 시간, 완전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창작의 이상형은 늘 시간이 많을 때나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바쁘고 복잡한 일상이 시작되면 창작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늘은 그냥 쉬자라는 생각이 반복되었고, 그렇게 창작은 내 생활과는 멀어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압박감보다 그냥 오늘 이 감정을 잠깐 기록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10분만, 그 이상은 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기대 없이 시작한 그 짧은 10분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꿨다. 짧은 시간이라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고, 그래서인지 더 진솔한 표현이 나왔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평가받을 것도 아닌 그 10분이 나에게는 자유롭게 떠돌던 생각과 감정을 붙잡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창작을 일상에 녹이는 루틴 만들기

창작을 위한 공간보다 창작을 기억하는 행동이 먼저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창작을 하려면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분위기 있는 카페, 조용한 서재, 혹은 정리된 책상 위. 그런 환경이 주는 집중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매일 그런 조건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자꾸 시작이 늦어지고, ‘오늘은 안 되겠네’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왔다. 그러다 어느 날,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행동의 기억’이었다.

 처음 하루 10분을 정해두고 창작을 시작했을 때는 정해진 장소가 없었다. 어떤 날은 침대 위에서 핸드폰 메모장에 끄적였고, 또 어떤 날은 대중교통 안에서 짧은 문장을 노트에 적기도 했다. 정해진 자리가 없으니 오히려 창작은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유연한 사고가 생겼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이 시간에 내가 뭔가를 남긴다’는 기억이었다. 매일 특정한 시간에 똑같은 루틴으로 창작 행동을 반복하니, 어느새 장소나 기분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후엔 특정 행동이 창작의 신호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노트를 펴는 동작, 펜을 드는 감각, 글쓰기 앱을 여는 손가락의 움직임 같은 것들. 이런 반복되는 작은 행동들이 몸과 마음에 ‘이제 창작을 시작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줬다. 창작은 점점 더 일상 속에 스며들었고,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하루 중의 한 장면이 되었다. 장소보다 중요한 건 창작을 떠올리는 행동이고, 행동을 기억하게 만드는 반복이 루틴의 핵심이라는 걸 배웠다.

 

제대로 해야지는 가장 큰 방해였다


 초반에는 1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이걸로 뭐가 되겠어?’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10분을 넘겨서 20분, 30분씩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지쳤다. 매일 하겠다는 약속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오늘은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넘기자’는 날이 많아졌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밑바탕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 뭔가를 시작하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창작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10분이면 충분하다고 믿고, 정말 그 시간만 쓰기로 마음먹었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알람이 울리면 멈췄다. 그리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신기하게도, 그 단순한 반복이 마음을 덜 긴장시키고, 오히려 창작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잘 하려는 마음보다 그냥 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한 거였다.

 창작을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내려놔야 했던 건 완성도였다. 내 마음이 움직였고, 그 움직임을 뭔가로 남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연습이 필요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창작이 점점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거창하게 잘 하려는 시도보다,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연습이 나를 매일의 창작으로 이끌었다. 잘하려는 욕심은 오히려 루틴을 흔들지만, 그냥 해보겠다는 태도는 루틴을 유지시킨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10분이면 충분했다.

 

반복 끝에 남은 건 창작보다 살아 있는 감각이었다


 매일 10분씩 창작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해서 뭐가 달라졌지?’ 기록을 들춰보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성취가 없는 날도 많다. 하지만 이 루틴을 한 달 이상 유지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창작 자체보다도 더 크게 남은 것은 매일 감각을 살리는 연습이었다는 걸. 글을 쓸까, 사진을 찍을까,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는 그 순간순간이 나를 지금 이 순간으로 붙잡아 두고 있었다.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면 사람은 주변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예전에는 스쳐지나갔던 표정과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걸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이 장면에 대해 글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게 일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창작을 하기 위해 세상을 더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물은 아주 작고,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것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살아 있다는 실감으로 남는다.

 10분짜리 창작 루틴은 그렇게 감각을 깨우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붙잡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거창한 변화보다, 매일 내 삶에 작은 색을 더하는 일. 그리고 그 색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결국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창작을 시작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매일 내 삶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작은 10분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