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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창작이 준 의외의 영감

by ultraup 2025. 7. 8.

 처음 1일 1창작 챌린지를 시작할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아이디어 고갈이었다. 매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다면 금세 쓸 거리, 찍을 거리, 그릴 거리가 다 떨어질 것 같았다. 평소에도 글감을 찾는 데 애를 먹곤 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니, 시작 전부터 ‘3일 하고 끝나겠지’ 하는 패배감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첫날에는 일종의 비축 전략을 썼다. 미리 생각해둔 글감 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진 아이디어와 그리고 싶은 그림 소재를 쭉 적어두었다. 마치 생존 키트를 준비하듯.

 이 경험은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매일 하면 고갈될 줄 알았던 아이디어가, 매일 하니까 더 풍부해졌다. 아이디어는 멈춰 있으면 굳어버리지만, 계속 쓰면 오히려 샘처럼 솟아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마치 움직이는 동안에는 쓰지 않는 근육조차도 자극되는 것처럼, 매일의 창작은 잠자고 있던 감각과 생각을 깨워주었다. 고갈이 아니라 확장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매일의 창작을 지속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가 되었다.

매일 창작이 준 의외의 영감

일상이 영감의 보고가 되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일부러 책을 읽거나 강의를 찾아보곤 했다. 물론 그런 정보는 깊이를 더해주지만, 매일의 창작을 이어가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그런데 매일 창작을 하겠다고 다짐한 후부터는, 책상 앞보다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게 되었다. 출근길에 버스 창문 너머로 본 흐린 하늘, 점심시간에 산책하던 공원에서 본 작은 꽃,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친 사람들의 표정 같은 것들이 글감이 되고, 사진이 되고, 그림이 되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아이디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다만 이전에는 ‘창작’을 거창하게 생각하느라 그런 작은 영감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매일 기록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달라졌다. ‘오늘 글을 뭘 쓸까?’ 하고 생각하면, 평소라면 스쳐 지나갈 사소한 감정이나 풍경도 귀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한 기록이 오히려 더 진솔하고, 나만의 색깔을 가진 콘텐츠가 되었다.

 결국 영감을 얻는 것은 특별한 순간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매일 창작을 하면서, 나는 일상을 더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디어는 바닥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지 않을 때 사라지는 것이었다. 매일 창작은 나의 관찰력을 깨우고,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시선이, 내 창작의 가능성을 더 넓혀주는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같은 주제도 매일 다르게 보이는 이유


 매일 창작을 하면 아이디어가 고갈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사라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같은 주제를 반복해도, 매일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종종 ‘하늘’을 글과 사진의 소재로 삼는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하늘을 보는데도, 어제 본 하늘과 오늘 본 하늘은 다르다. 날씨와 구름의 모양이 다르고, 무엇보다 내 감정이 달랐다. 같은 하늘을 찍어도, 어떤 날은 우울한 구름이 되고, 어떤 날은 위로가 되는 파란 하늘이 되었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외로움이라는 같은 주제로 글을 써도, 어떤 날은 그것이 괴로운 외로움으로 표현되고, 어떤 날은 나를 자유롭게 하는 고독으로 표현되었다. 매일 쓰니 같은 감정도 각기 다른 결로 느껴졌다. 그림을 그릴 때도 비슷했다. 같은 나뭇가지를 그려도, 어떤 날은 섬세한 선으로 그렸고, 어떤 날은 굵고 거친 선으로 표현했다. 매일 달라지는 내 시선이 창작의 결과물을 바꾸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창작은 새로운 소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소재를 다르게 바라보는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매일 창작은 그 힘을 기르는 최고의 훈련이었다. 아이디어 고갈의 두려움은, 결국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불안이었다. 하지만 매일의 창작이 보여준 것은, 같은 것을 보아도 매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었다.

 

아이디어 고갈이 아니라 창작 근육의 강화였다


 30일, 60일, 90일 매일 창작을 이어오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아이디어의 양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다루는 내 태도였다. 예전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한 주제에 집착하다가도 결국 지쳐버렸다. 하지만 매일 창작을 하다 보니, 한 아이디어에 매달릴 시간이 없었다. 부족해도 일단 남기고, 다음 날엔 다른 아이디어를 꺼냈다. 그 결과, 완벽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매일 창작은 아이디어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다루는 ‘근육’을 단련하는 과정이었다. 아이디어가 고갈될까 두렵던 나는 사라지고, 이제는 어떤 아이디어든 일단 꺼내서 써보고, 그리고, 찍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전시키고, 표현하고, 완성하는 이 모든 과정이 매일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탄탄해졌다.

 이제는 안다. 매일 창작이 아이디어를 고갈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아이디어는 생각만으로는 살아나지 않는다. 꺼내어 표현하고, 부족한 상태로라도 세상에 내놓을 때, 비로소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된다. 매일 창작은 그 사실을 내 몸과 마음에 깊이 새겨주었다. 아이디어 고갈을 두려워하던 나는 이제 없다. 대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가는 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