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1창작 챌린지를 시작할 때,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다짐을 했을 때는 그 각오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10일, 20일을 넘기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한 압박감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오늘 빠지면 지금까지 쌓아온 게 무너질 거야.’ 처음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지만, 점점 그것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로 바뀌어갔다. 작은 피로감이 쌓일 때마다, 혹은 예상치 못한 일정으로 루틴이 어긋날 때마다 불안감이 치솟았다. 창작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챌린지가 어느새 의무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매일의 창작은 즐거움이 아닌, ‘해야 할 일’의 목록 중 하나가 되었다. 하루라도 빠지면, 그동안의 기록과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질 것 같았다. ‘이럴 거면 왜 시작했나’ 하는 자기비난이 이어질까봐 더 두려웠다. 나는 매일 창작이 주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지만, 동시에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빠뜨린 날은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매일의 창작이 점점 두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빠뜨린 날
결국 그날이 왔다. 회의가 늦어지고, 퇴근길에는 이미 지쳐 있었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나니 자정이 넘어가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을 확인하던 순간,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네’라는 자각이 밀려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금 일어나서라도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몸은 무거웠고, 마음은 바닥이었다. 그렇게 1일 1창작의 연속 기록이 끊겼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였다. ‘결국 난 이렇게 또 실패하는구나.’ ‘역시 나는 꾸준히 못하는 사람인가 봐.’ 머릿속에서 이런 자기비난이 쏟아졌다. 몇십 일간 쌓아온 기록이 한 번의 공백으로 모두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날 이후로 며칠간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실패했는데 뭐하러 계속해’라는 냉소가 마음을 덮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하루를 빠뜨렸다고 해서, 그동안의 모든 기록이 사라진 걸까?” 기록은 여전히 내 폴더 안에 남아 있었고, 사진과 그림과 글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루의 공백이 내 창작의 가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그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빠뜨린 날이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그게 바로 나였다.
오늘 못 해도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빠뜨린 날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창작의 진짜 목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처음 1일 1창작을 시작한 이유는 매일의 루틴을 통해 나의 감각을 깨우고, 삶의 리듬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 목표는 사라지고, ‘하루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만 남아 있었다. 나는 루틴을 지키는 기계가 아니었다. 사람이었고, 사람이기에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후로는 매일 아침 이렇게 되뇌었다. “오늘 못 해도 괜찮아.”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해주면, 오히려 더 가볍게 창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강박감에 시달리던 때보다, ‘오늘 못 해도 내일 하면 되지’라는 여유가 있을 때 더 자주, 더 즐겁게 창작을 하게 되었다. 빠뜨린 날이 생기면, 그날의 이유를 기록하고 내 마음을 살펴봤다. 피곤했는지, 일이 많았는지, 마음이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 기록도 창작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된다는 말은, 단순한 위로나 핑계가 아니었다. 꾸준함이란, 매일 절대 빠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빠진 날이 있어도 다시 돌아오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 못 해도 괜찮아’라는 말은 내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주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주문 덕분에 나는 다시 펜을 들 수 있었고,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
멈춤과 계속함 사이, 나를 살리는 태도
이제는 안다. 빠뜨린 날이 생기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인간의 몸과 마음은 기계처럼 매일 같은 에너지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하루를 쉬어야 더 길게 갈 수 있고, 빠진 날이 있어야 다시 시작할 이유가 생긴다. 빠뜨린 날이 주는 것은 실패감만이 아니었다. 멈춰 있는 동안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1일 1창작을 시작한 이후, 나는 꾸준함의 진짜 의미를 배웠다.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놓아야 비로소 매일 하고 싶어졌다. 빠뜨린 날도 괜찮다고 인정해야, 창작은 두려움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꾸준함은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춘 후에도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오늘 못 해도 괜찮아. 네가 멈춰 있어도, 창작은 사라지지 않아. 내일 다시 돌아오면 돼.” 이 말이 내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빠뜨린 날이 있어도, 나는 여전히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추고 돌아오고, 또 멈추고 돌아오면서, 나만의 창작의 리듬을 만들어갈 것이다. 오늘 못 해도 괜찮다. 내일의 내가 다시 시작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