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 속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은, 내게 늘 이상적인 목표로만 존재했다.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회의와 메일에 시달리고, 퇴근하면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고 나면 어느새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그때부터 창작을 하려고 하면, 이미 머릿속은 멍했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이었다. 분명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나답다고 느꼈는데도, 현실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시간을 쥐어짜듯 만들었다. 점심시간 10분을 빼서 글을 쓰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늦은 밤 다 쓰러진 상태에서 낙서를 했다.
그때 깨달았다. 바쁜 일정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위한 ‘빈 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창작은 일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시간을 받을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그 빈 틈을 만들 것이냐였다. 나는 작은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바쁜 하루 속에서 창작의 빈 틈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실험. 그 실험이 내 일상과 마음을 어떻게 바꿨는지, 오늘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빈 틈을 위한 작은 실험의 시작
창작을 위한 빈 틈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보며 5분간 멍하니 있는 시간을,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으로 바꿨다. 이 5분 동안 나는 글감을 떠올리거나, 오늘 찍고 싶은 사진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5분에서, 창작의 씨앗을 심는 5분으로 바뀐 것이다.
두 번째 실험은 점심시간이었다. 밥을 먹고 남은 10분 동안, 회사 주변을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예전 같으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훑거나 메신저를 확인했겠지만, 그 10분을 창작의 틈으로 바꾸자 하루가 달라졌다. 업무에 찌들어 있던 머릿속에 잠깐이라도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세 번째 실험은 퇴근 후 집에 와서 10분간 낙서를 하는 것이었다. 샤워를 하기 전, 저녁을 먹기 전, TV를 켜기 전에, 딱 10분만 스케치북을 펼쳤다.
이렇게 아침 5분, 점심 10분, 저녁 10분. 총 25분의 창작 빈 틈이 생겼다. 하루 24시간 중 25분은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이 짧은 시간이 내 하루의 결을 완전히 바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오늘도 창작을 했다’는 자부심이었다. 바쁜 하루에도 나를 위한 빈 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 존재감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이 작은 실험은, 더 큰 변화를 위한 시작이었다.
빈 틈이 창작의 숨구멍이 되어준 이유
창작의 빈 틈을 만들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숨이 트인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만 떠올랐고, 자투리 시간조차도 유튜브나 SNS를 보며 정신없이 흘려보냈다. 그때는 분명 ‘쉬는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시간조차도 내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창작의 빈 틈을 만든 후부터는 달랐다. 5분이든 10분이든,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는 5분, 사진을 찍는 10분, 낙서하는 10분. 이 짧은 시간들이 하루의 리듬 속에 숨구멍을 만들어주었다. 회사에서 아무리 답답하고 지치는 일이 있어도, ‘점심시간에 찍은 저 벽돌 색감이 예뻤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환기됐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낙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지루함을 잊었다. 창작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 과정을 상상하고 떠올리는 순간들이 내 일상을 살찌우는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 빈 틈 덕분에, ‘나는 바빠서 창작을 못 해’라는 자기비난이 사라졌다. 매일 적어도 25분은 창작을 했다는 사실이 내 자존감을 지켜줬다. 빈 틈은 시간을 쪼개어 만든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있기에,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창작의 빈 틈은 내 하루의 숨구멍이자,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바쁜 삶 속에서 창작을 지속하는 법
이 실험을 30일, 60일, 90일 이어오면서, 나는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창작을 일정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일정 속에 창작의 자리를 만든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절실히 깨달았다. 끼워 넣으려 하면 늘 부족했고, 만들어주려 하면 늘 가능성이 열렸다. 창작은 내게 휴식이자 재충전이었다. 일정 속에 창작의 자리를 마련하면, 다른 일들을 더 가뿐히 해낼 수 있었다.
또한, 빈 틈의 길이를 욕심내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하루 1시간을 목표로 하면, 실천하지 못했을 때 좌절감이 컸다. 대신 5분, 10분, 15분으로 목표를 낮추니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짧은 빈 틈들이 이어져 어느 순간 30분, 1시간의 창작 시간이 되는 날도 생겼다. 그렇게 나는 창작을 일상의 짐이 아닌 선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창작의 빈 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면, 반드시 달력이나 플래너에 적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내 일정표 속에 ‘창작’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바쁜 삶 속에서 창작을 지속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을 살리는 일’이었다. 오늘도 나는 아침 5분, 점심 10분, 저녁 10분의 창작 빈 틈을 만든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작은 방법이자,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